비행기를 타면 꼭 한 번은
화장실 갈 타이밍을 놓친다.
그날도 마찬가지였다.
이륙 전부터
물도 마셨고, 주스도 마셨고,
기내식까지 싹싹 다 먹었는데
화장실은… 안 갔다.
‘좀 이따 가야지.’
‘지금은 사람 많을 거야.’
‘조금 참자.’
그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.
몸은 경고하는데, 마음은 부정했다
조금 참으면 괜찮겠지 싶었다.
딱 30분만 더.
기내 영화 한 편만 더 보고.
하지만 인체는 정직하다.
내장도 인내심이 있다.
그리고…
그 인내심은 갑자기 끊긴다.
결국 일어났다.
슬리퍼 끌며 뒤로 향했다.
그런데 그 순간.
그 줄, 왜 갑자기 거기서 그렇게 길어요?
줄이…
진심으로
8명.
그 중 절반은 나보다 더 급해 보였다.
그리고 나는 줄 끝에 섰다.
하필이면 복도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
내가 그 옆에 서 있는 동안
나를 10분 넘게 바라보게 된다.
시선 회피 모드 ON.
기내 잡지 읽는 척.
하늘 보는 척.
아무거나 척.
그리고 내 차례, 너무 오래 걸렸다
드디어 내 차례가 됐고
들어갔다.
기다리면서 이미
100가지의 표정을 리허설했다.
나올 때, 쿨하게 나올 것.
눈 안 마주칠 것.
속도 조절할 것.
근데.
왜…
손 씻고 나올 때
타이밍 맞춰 뒷사람이 딱 나랑 눈 마주쳐요?
뭔가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, 괜히 민망했다
그 상황,
절대 민폐 끼친 것도 아니고
그냥 정상적으로 줄 서서 사용했을 뿐인데
왠지 ‘미안합니다’ 눈빛을 보내게 된다.
그리고 다시 좌석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.
내 자리를 지나쳤던 수많은 눈빛들이
어깨에 꽂힌다.
괜히 옷을 만지작거리고
기내 담요를 다시 펴고
슬쩍 창밖을 본다.
그래서 나는 이제 배려 깊은 타이밍을 배웠다
기내에서는
화장실 갈 타이밍도
운이다.
앞으로는 기내식 끝나고 15분 이내,
혹은 모두가 졸고 있을 때
그때다.
비행기에서 가장 민망할 수 있는 순간은
‘화장실 기다리는 사람의 시선’이라는 걸
이제 뼈저리게 안다. 😅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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